[51구역] 인천 용현동 모자 살인 사건

홍승환 기자 승인 2022.05.14 01:30 | 최종 수정 2022.05.14 23:30 의견 0

2013년 8월 13일, 인천에서 실종된 50대 여성 김애숙 씨와 30대 아들 정화석 씨가 실종된 지 한 달 뒤인 9월 23일에 강원도 정선군과 경북 울진군에서 각각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 어머니의 시신은 목졸림, 손발은 청테이프로 묶인 채 정선 야산에서 발견되었으며 아들의 시신은 토막난 채로 울진 찻길에서 발견되었다. 사건의 잔혹함보다 범인의 정체와 경위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사건이기에 대한민국 전체가 경악한 사건이다.

사건은 2013년 8월 16일 김 씨의 차남 정영석(29)이 경찰에 어머니를 실종 신고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여기서 차남은 어머니만 실종 신고하고 형은 신고하지 않는다. 수일이 지나도 진척이 없자 경찰은 차남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도벽이 있고 빚이 8천만원 가량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남은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고 별다른 물증도 없어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숨진 장남의 자동차로 차남이 강원도 등을 다녀 온 CCTV 화면을 경찰이 확보했다. 또한 고속도로 영수증에서 차남의 지문이 나온 것도 물증으로 확보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주유소에서 찍힌 CCTV에서 차체가 지나치게 내려앉은 모습을 의심한 경찰에 의해, 동일차종에 시신과 같은 무게의 짐으로 실험한 결과가 나오자 차남은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이 한 일이라고 자백했다.

사실 같은 해 2월에도 전주에서 20대 청년(박재박)이 가족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기에 사회가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고, 여기까지였으면 평범한 존속살해 사건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가족에게 불만을 가진 차남이 저지른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었다.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범의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공범으로 지목된 사람은 다름아닌 차남의 부인 김 모씨였다.

부인 김 씨는 차남과 함께 울진과 정선 등을 드라이브했는데 차남이 어머니와 형의 시신을 유기하는 동안 자신은 차 안에서 잠을 잤다고 해명했고 자신은 정말로 드라이브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피의자 신분으로 진술한 그 다음 날인 2013년 9월 26일, 김 씨는 자택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되었다.

자살 전 김 씨는 형사에게 폭언을 들었고 억울하다며 인권위에 진정까지 냈다. 끝까지 억울하다고 항변한 김 씨는 2장의 유서를 쓰고 자살했으며 부인이 자살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여론은 부인을 동정하고 경찰의 강압 수사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차남은 부인이 죽은 당일, 갑자기 모든 걸 털어놓았다. 프로파일러들은 남편이 부인을 지켜주겠다고 혼자 뒤집어 쓰려 한다고 판단하고, 남편의 부인에 대한 신뢰를 의심하게 하려고 유도를 많이 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부인은 결혼 후에도 남편 몰래 노래방 도우미 일을 했다고 하며, 심지어 내연남도 있었다고 한다.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자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남편의 자백을 기반으로 2013년 10월 5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인천 모자 살인 사건의 진실에 대해 방영했다. 그리고 방영분을 본 시청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자살한 아내는 공범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을 중심으로 이끌어간 주동자였다. 그리고 차남은 아내의 살인 계획 안에서 살인을 실행한 실행자였다는 것. 지인의 증언에 따르면 차남은 아내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르며, 순종적이고 매사에 수동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이 부부는 범행 전에, 살인범과 프로파일러의 대결을 다룬 추리소설이나 관련 서적은 물론이고 범죄 추적을 다룬 시사프로그램들을 탐독했으며, 그런데서 정보를 얻었는지 형의 신원을 숨기기 위해 얼굴과 지문을 불로 태우고 치아를 다 부숴 놓는 등의 행동을 했다. 남편은 아내가 프로파일러가 꿈이였기 때문에 평소 그런 것들을 좋아해서 얻은 관련 지식을 활용한 것이며, 일부러 이 사건을 위해 준비한 자료들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내가 자살 전에 남긴 유서를 전문가들이 분석했으며 분석 결과 진짜 누명 쓴 사람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자 쓴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에게 씌워진 죄를 걷어내는 데 급급하여 억울하다고만 주장하는 상당히 전략적으로 쓴 유서라고 했다. 그리고 부인은 이 유서에서까지 남편의 단독범행을 강조했다.

범행 직전 마트에 간 부부가 찍힌 CCTV를 보면 남편은 청테이프, 락스 등 범행에 사용될 물건들을 고르던 중에 락스를 보고 머뭇거리다가 내려놓았으나, 아내가 이내 쪼그려 앉아서 주도적으로 락스를 고르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남편과 아내가 나눈 카톡 내용이 복원되었다. 남편에게 어머니의 인감을 훔쳐서 증여서류를 꾸미자 등 다수의 행동 지령이 담긴 내용이었다.

물론 경찰에서도 여전히 남편 쪽이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내가 사망한 이상 채팅내역 몇줄을 제외하면 남편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더러, 어쨌건 아내의 부정과 사망을 알고 나서 아내에게 다 뒤집어 씌우기 위해서 짜맞추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건이 있기 전 차남은 은둔형 외톨이 같은 성격으로 퀵서비스 배달을 하며 200~300만원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사건의 범인 부부는 결혼할 때 1억의 오피스텔을 어머니로부터 물려 받았으나 사치가 심한 아내덕에 늘 빚에 쪼들렸다. 지인의 증언으로는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맛집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하고, 고정지출이 한달에 500만원이나 되었다고 한다. 빚을 갚기 위해 그들이 손을 댄 것은 바로 도박이었고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가며 도박을 했다.

빚과 생활고에 쪼들린 부부는 어머니의 재산에 눈독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반응은 냉랭했고 이에 유산을 받기 위해 살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것이다.

1심에서는 둘 다 공동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정영석에게 사형판결을 내렸다. 이는 국민참여재판 역사상 최초의 법정 최고형이다. 그러나 이듬해 항소심 재판에서 법정은 피살자가 2명 이하이므로 사형판결까지 가기에는 정상참작의 요소가 있다는 점. 반성하는 점. 부인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한등급 내려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현재 형이 확정되어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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