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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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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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11일 아침. 112에 한 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대전광역시 한 초등학교 인근, 택시 안에 사람이 쓰러져있다는 것.
경찰이 도착했을 때 택시는 시동도 꺼지지 않은 채 덤프트럭에 충돌한 상태였다. 피투성이가 된 택시 안에선 50대 택시기사 김현태(가명) 씨가 뒷좌석에 엎드린 채 사망해있었다.
경찰은 강도를 의심했다. 그런데 택시에는 총 18만8000원의 현금이 그대로 남아있었었다. 그리고 피해자의 몸에는 약 28개 넘는 칼자국이 있었다. 돈을 목적으로 한 강도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잔혹했다.
경찰은 원한 관계를 수사했지만 지인들은 하나같이 그가 호인이었으며 누구에게 원한을 살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말했다. 가정사도, 채무관계도 문제가 없었고 어디서도 그가 그렇게 잔인하게 살해를 당할 이유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처참했던 택시 안에선 족적 두 개와 부러진 칼날 외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늦은 시간 으슥한 거리에서 발생한 일이라 목격자도 찾을 수 없었다. 무려 4700세대를 탐문했던 경찰, 그런데 수사 도중 이상한 목격담이 듣게 됐다.사건 날 아침, 피 묻은 옷을 입고 세탁소를 찾아 온 남자가 있었다는 것.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현장은 처참했다. 택시 뒷좌석에 쓰러져 있는 김 씨의 옷은 피로 뒤덮여 있었다. 김 씨에게선 바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상흔이 발견됐다. 후에 부검 결과 김 씨의 몸에선 무려 28곳이 찔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인은 과다출혈이다.
택시 내부는 흐르고 튄 피가 낭자했다. 칼자국은 얼굴과 머리에 집중됐으며 이를 막기 위해 손과 팔엔 많은 방어흔이 남았다. 180㎝에 80㎏이 넘는 김 씨가 범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경찰과 법의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며 또 어디로 갔을까. 경찰은 사건 초기 택시 강도에 의한 범행 가능성에 초점을 뒀으며 범인이 탑승하기 전 내린 승객을 찾아 나섰다. 범행 전 승객이 하차한 시각은 오전 4시 27분. 범인이 승차한 시간은 불과 16초 후였다. 바로 탑승했던 것으로 보아 탑승 장소는 사람이 많은 번화가일 것으로 추정, 경찰은 택시 운행기록장치를 토대로 택시가 이동한 3.500㎞ 반경을 샅샅이 살폈지만 범인의 덜미를 잡는 데는 실패했다.
이후 경찰은 수사 방향을 택시강도에 한정 짓지 않고 당시 택시 안에서 현금 20만 원이 그대로 발견된 만큼 원한에 의한 살인에도 여지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범인은 이번에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갔다.
잔인한 범행을 저지른 범인이 현재까지도 죗값을 받지 않은 채 경찰의 눈을 피하고 있지만 당시 현장에 남긴 흔적을 말미암아 언젠가 잡힐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당시 범인은 현장에 몇 가지 흔적을 남겼다. 부러진 칼날과 발자국이 그것. 택시 안에는 10.5㎝ 길이의 부러진 과도 칼날이 발견됐다. 흔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범인이 초범일 가능성이 높다. 범인은 또 현장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겼다. 250~265㎜가량으로 추정되는 족적은 범인의 체구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하나 결정적인 단서는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이다. 현장에서 숨을 거둔 김 씨의 것과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 개의 혈흔이 현장에서 감식됐다. 대조할 DNA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초범일 가능성이 재차 드러난다. 이 사건엔 결정적인 증인도 있다. 11일 오전 8시께 김 씨가 발견된 현장에서 5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 세탁소 주인은 '피 묻은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세탁물을 맡기러 왔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세탁이 어렵다고 남성을 돌려보냈지만 한 시간가량 후 또 와서 세탁을 요청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세탁소 주인이 본 이 남성의 키는 165㎝에서 175㎝가량. 택시에서 발견된 발 크기와 어울리는 신장이다.
이 사건은 무자비한 범인의 행각과 사건 발생 초기부터 사건이 알려지면서 여러차례 언론을 통해 재조명되기도 했다. 이 사건 범인을 잡기 위해 수사를 지속하는 대전경찰청 미제전담수사팀은 다양한 첩보를 통해 지금 이 순간도 범인의 뒤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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