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구역] 강서 무속인 살인사건

홍승환 기자 승인 2022.08.05 00:08 의견 0

[해경신문=홍승환 기자]

2011년 12월 31일. 새벽 1시가 넘어가는 시각에 한 여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구조를 요청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유치원 보조교사인 안모씨(48·여)였다. 안씨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동생을 걱정하는 언니의 목소리였다.

119 긴급구조대는 서울 강서구 안씨의 집으로 들어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동생을 이대 목동병원으로 옮겼다. 응급실로 간 동생은 그러나 응급실에 도착한지 불과 몇 분만에 숨을 거뒀다. 구조대에 신고한지 불과 28분만의 일이었다. 응급의는 여동생 안씨에 대해 사망판정을 내렸다. 사인은 ‘지주막하출혈의증’이었다. 뇌동맥이 파열되면서 목숨을 거둔 것이었다.

숨진 안씨의 가족들은 사망판정을 받은지 불과 하루만인 1월 1일 오후 2시30분쯤 시신을 화장하고, 유골을 임진강 부근에 뿌렸다.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작별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뭔가 이상한’ 장례였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안씨가 알고보니 버젓이 살아있었던 것이다. 무속인이었던 안씨(45)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성명불상의 시신을 자신인 것처럼 속여 119구조대에 실어 사망신고까지 한 것이었다.

숨진 줄 알았던 안씨와 그 언니, 남동생 등 형제자매가 가담한 이 어이없는 사기극은 그러나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여러 생명보험에 가입한 것을 의심한 보험회사측의 조사 끝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안씨가 시신을 뒤바꿔 타내려 한 보험금은 33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보험회사측으로부터 받은 보험금은 9900여만원에 불과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환수 부장판사)는 24일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또 안씨를 도와 시신을 바꾸는 등 사기행각을 도운 언니와 동생, 안씨의 내연남 김모씨(42)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보험사기를 벌이기 위해 영등포역에 있는 멀쩡한 노숙인을 자신으로 집으로 데려가 죽인 뒤 시신을 뒤바꾼 혐의(살인)는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시체를 구할 필요성이 높았으므로 살해의 동기가 있고, 병원으로 옮겨진 시체의 상태로 봐 사망시간이 그리 오래 경과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피고인이 성명불상자를 살해해 자신의 시체로 가장했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성명불상자의 구체적 신원 및 사망원인을 알아낼 수 있는 아무런 단서가 없고, 피고인의 집까지 도달한 경위를 입증할 단서가 존재하지 않는 점, 인터넷에서 시체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살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안씨 측은 재판 내내 “인터넷에서 돈을 주면 시신을 구해준다는 사람을 찾아내 그 사람으로부터 500만원을 주고 시신을 자신의 집으로 가져오게 했을 뿐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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