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구역] 화성 니코틴 살인사건

홍승환 기자 승인 2022.08.05 00:13 의견 0

[해경신문=홍승환 기자]

2021년 5월 27일 오전 7시 20분쯤 경기도 화성시의 한 가정집에서 한 남성(46)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119구급대가 출동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가족들은 경찰에서 “평소 특별한 지병이 없었고 건강했다”고 진술했다. 돌연사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남성의 아내(37)는 ‘의료사고’라는 주장을 했다. “전날 저녁에 남편이 몸이 좋지 않다고 병원에 다녀왔어요. 분명히 병원 치료에 문제가 있었을 거예요”라면서다.

아내의 요구에 경찰은 시신을 부검했다. 2개월 뒤인 지난 7월 중순 경찰에 부검 결과가 전달됐다. 결론은 뜻밖에도 ‘니코틴 중독사’였다. 주변 사람들은 숨진 남성이 8년 전에 담배를 끊었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순 변사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한 경찰은 강력 사건으로 전환해 수사에 착수했다. 몇 개월 뒤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는 ‘의료사고’를 주장했던 피해 남성의 아내였다.

구급대원이나 병원의 조치엔 문제가 없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수상한 정황은 미숫가루와 햄버거를 건넨 아내에게서 포착됐다. 그는 남편이 숨지기 며칠 전 집 인근 전자담배 판매업소에서 니코틴 용액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니코틴 농도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남편의 장례를 치른 지 10일 만에 급하게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숨진 남편의 휴대전화로 300만원의 대출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아내가 산 니코틴 용액을 확보했다.

남편은 8년 전 담배 끊어
경찰은 아내가 미숫가루에 니코틴을 넣어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에 대해 아내는 “상한 꿀을 넣어서 남편이 복통을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액상 니코틴을 산 이유에 대해선 “남편이 담배를 피워서 대신 사 놨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남편은 8년 전에 담배를 끊었다”고 추궁하자 “내가 피우려고 산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결혼한 지 9년 된 부부는 한때 행복한 생활을 했다. 남편은 평범한 직장인이고 아내는 작은 공방을 운영했다. 그러나 공방은 월세도 못 낼 정도로 수익이 없었고 남편 월급으로 자녀까지 세 식구가 생활했다고 한다.

문제는 아내의 씀씀이였다. 남편의 월급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각종 물건을 사들이고, 자동차를 자주 바꾸는 등 사치를 했다는 게 이웃들의 증언이다. 남편 몰래 카드를 만들고 소액 대출을 여러 차례 받아쓰기도 했다. 주변인들은 “부부가 돈 문제로 자주 다퉜다”고 진술했다.

아내의 과소비로 도시가스요금 등 공과금이 연체되는 상황이 되자 남편은 1년 전부터 투잡을 시작했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저녁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물건을 사거나 여행을 가는 등 과소비를 멈추지 않았다. 돈이 부족하면 또 소액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경찰이 확인한 아내의 빚은 1억원이었다. 아내는 “화장품 다단계를 했다가 진 빚”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아내가 채무 변제를 위해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치사량의 니코틴을 음식물에 섞어 남편에게 먹였다는 게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다. 살인 방법으로 왜 니코틴을 택했는지 등은 파악되지 않았다. 부인이 강력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남편이 생전 가입한 생명보험이 사망 시 최대 1억8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아내는 남편이 숨진 이후 보험금을 받기 위해 절차 등을 문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보험금을 받지는 못한 상태라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가 2개월 뒤 전달됐고 아내가 남편 사망 후 곧장 이사하면서 증거를 인멸해 사실 확인에 시간이 걸렸다”며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니코틴 용액을 구하기가 쉬워진 만큼 다른 목적으로 쓰일 수 없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지 출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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